마르코님의 이야기
제 1화·2026년 4월 25일
손주와 생일식사
"손주와 밥상에 담긴 마음"

손주를 처음 안았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말에서, 전화기 너머 공기가 잠깐 따뜻해졌다. 어르신은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기쁨보다도, 한 세대가 건너 “이젠 좀 뭐 좀 알만할 때” 품에 안아보는 순간이 더 깊게 남았다고 했다. 그때 비로소 내리사랑을 몸으로 느꼈고, 부모의 마음이란 이런 것 아니겠느냐고 천천히 덧붙였다. 손주가 건강하게 자라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는 바람도 그 안에 있었다. 말끝마다 오래 품어온 애정이 묻어났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축구로 옮겨 갔다. 손흥민 선수를 좋아하면서 LAFC 경기를 자주 보고, 그 이전에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팬이 되었다고 했다. “매너있고 아주 재간이 있는 훌륭한 선수”라는 표현에는 팬심 이상의 믿음이 담겨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 하나가 일상에 작은 활기를 더해준다는 듯, 말은 가볍지만 표정은 제법 진지했다.
학창 시절과 직장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형편 때문에 실업계 학교를 다녔지만, 고등학교 때 실습을 나가며 생산직과 관리직의 차이를 뚜렷이 느꼈고, 그 뒤 대학 진학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했다. 직장에서는 “노력하고 열심히 하면” 분명 돌아오는 것이 있다고 믿으며 오래 버텼다. 작은 회사가 대기업 협력업체로 자리 잡는 과정도 함께 지켜봤다. 그래서인지 퇴직을 앞둔 지금도 일은 단순한 생계가 아니라, 길게 쌓아온 신뢰의 기록처럼 남아 있었다.
남은 바람은 소박했다. 큰 선물보다 가족들이 시간을 내어 생일식사 한 번 더 함께하는 일. 사촌 모임을 해마다 이어오고 있다는 말에는, 흩어진 사람들을 다시 모아 앉히려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어르신의 하루는 늘 일과 책임으로 채워졌지만, 마지막에 남는 건 결국 함께 먹는 밥 한 상, 그리고 다음 해에도 다시 만나자는 약속이었다.
이 에피소드에서 발견한 이야기
1명의 인물
인물 관계
친척분들가족
시골에 계셨던 친척들 — 방학 때 화자가 방문하여 가족들과 둘러앉아 식사하고 논 기억이 있음
어린 시절
다시 들어보기
12분 26초
